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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바보햄릿', 故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묻다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연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본문에는 연극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2007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8회 노사모 총회 축하 메시지다. 연극 '바보햄릿'에는 정작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없다. '바보햄릿'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연극은 그가 말했던 '깨어있다'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했는지 묻는다.

'바보햄릿'(연출 김경익, 제작 극단 진일보)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셰익스피스어의 '햄릿'을 모티브로 삼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겼던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햄릿'의 이야기는 극을 이끄는 뼈대가 됐다. 신문 기자 종철의 꿈에 억울하게 죽은 선왕, 노무현이 꿈에 나타나 '나를 잊지 말라'고 했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햄릿'의 시작과 비슷하다.

연극은 종철이 선왕의 메시지를 간직한 채 정신병원에 갇힌 햄릿으로 변신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종철을 중심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원장, 그 원장에게 빌 붙어 다양한 복지부동의 삶을 사는 사무장, 햄릿으로 변한 종철을 사랑하지만 원장에게 벗어날 수 없는 간호사 등의 인물들이 극을 이끈다.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햄릿과 갈등을 빚고 있다. 꿈에 사로잡힌 햄릿에게 '망상가'라고 비난하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햄릿은 굴하지 않는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햄릿은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을 미쳤다고 여긴다.

종철은 자신에게 망상가로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참고 견디나" "무슨 꿈을 꾸며 살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외친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햄릿, 종철에게서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기 쉽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자신의 모습이 햄릿에 투영돼 있다는 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은 선왕의 메시지를 안고 사는 햄릿, 종철과 닮아있다.

'바보햄릿'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말 무엇인지를 쫓아간다. 선왕의 메시지에만 사로잡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햄릿. 관객은 이런 햄릿에게 느꼈던 연민과 안타까움에서 한발짝 물러나게 된다. 과연 이런 종철의 모습이 올바른지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종철과 닮은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극이 막바지에 다다를쯤 햄릿, 종철은 선왕으로 변한다. 그리고 선왕의 메시지가 '나를 잊지 말라'가 아니라 '나를 버리셔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버린다는 것이 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꿈에만 사로잡혀있지 않고 현실로 나오라는 것이 그 뜻이다. 연극은 햄릿에서 벗어난 종철이 자신과 대립했던 인물들과 합창을 하면서 끝이 난다. 함께하는 의미의 '합(合)'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던 '깨어있다'의 의미는 자신이 쫓는 이상(어쩌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이상)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 아닐까. 또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 깊은 뜻은 좌우(左右)를 넘어 많은 사람과 함께 연대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 아닐까. '바보햄릿'은 관객에게 이러한 물음을 던지는 연극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우리가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에 대한 성찰의 결과다.

'바보햄릿'은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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