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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BIFF 김동호 이사장,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인터뷰①)
"정관 개정, 확신 가지고 밀어 붙였다"
2016년 11월 14일 오후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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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기자]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은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손꼽힌다. 거쳐온 자리들을 나열하기만도 바쁠 정도다. 문화공보부 출신으로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 전당 제1대 사장을 거쳐 문화부 차관을 지낸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의 태동을 이끌었다. 세계 유수 영화제들의 심사위원을 단골로 맡았고 중앙대, 동서대, 단국대 등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현재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직과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직을 겸임 중이다.

최근 전례없던 위기를 겪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가까이 기댈 수 있었던 인물은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명예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 조직과 인연을 이어온 김동호였다. 국내외 영화계 안팎에서 명망과 신뢰를 얻어 온 그는 지난 7월 영화제의 초대 민간 조직위원장(현 명칭은 이사장)이 됐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만났다. 그로부터 올해 영화제 얽힌 이야기들은 물론 오랜 세월 문화계를 누비며 쌓아 온 생생한 경험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정관 개정,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초유의 외압 논란 끝에 고초를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의 보이콧 선언과 태풍 피해 등으로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예년의 행사와 비교해 화려한 스타들의 방문은 눈에 띄게 줄었고, 날씨 탓에 야외 행사도 대거 축소됐다. 하지만 한국과 아시아의 신진 영화인들을 발굴하는 영화제 본연의 목적에는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올해 영화제는 악재 속에 치러졌어요. 태풍으로 야외 행사 시설들이 떠내려가고, 보이콧 입장을 유지한 몇 단체들이 있어 감독과 배우들이 개, 폐막식에 많이 오지 못했죠. 하지만 아시아와 한국의 새로운 영화를 발굴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늘 중요하게 여겨 온 목적 앞에선 과거보다도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개최에 앞서선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영화제 정관을 개정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급히 영화제 실무에 다시 투입된 김동호 이사장은 불가능해보였던 정관개정 협의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지난했던 투쟁을 가장 가까이 지켜봐온 사람들도 낙관하지 못했던 이 일을, 김 이사장은 대범하게 마무리지었다.

"지난 5월24일 조직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정관개정이 거의 불가능해보인다고 말했어요. 강수연 집행위원장조차도요. 그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할 때를 떠올리면 기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조직위원장을 맡은 건 정관개정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중압감을 느끼기보다는 확신과 자신감 가지고 밀어 붙였던 것 같아요.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일 때와 민간인인 내가 조직위원장으로 있을 때를 비교하면 정관개정의 주도권이 시에서 저에게로 넘어왔기 때문에 인적구성 상 잘 설득을 하면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부산시에는 차후 영화제의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예산 지원 여부와는 별개의 일이다. 김동호 이사장은 "끝없이 대화하고 설득하고 때로 무리하게 밀어붙여야 했다"며 "두 달 간 그런 협의를 거쳐 정관개정을 이룰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부산시가 영화제에)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내년 영화제 예산의 중재권은 부산시에 있지만, 그 밖 운영의 면에선 개입의 근거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수연, 강단있고 합리적인 리더…지진 대피 매뉴얼도 제작"

외압 논란의 여파로 이용관 전 공동집행위원장이 해촉된 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홀로 영화제 집행조직을 이끌었다. 지난 2015년 제20회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공동집행위원장 자리에 앉았던 강 집행위원장은 1년 새 영화제 조직의 든든한 리더로 성장했다. 영화제를 통해 그와 오랜 세월 친분을 쌓아 온 김동호 이사장 역시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마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아니었다면 이번 영화제가 산으로 갔을 겁니다. 강 위원장과는 1989년부터 30년을 만나왔어요.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제1회 영화제 때부터 집행위원으로 계속 참여해왔죠. 강 위원장은 강단도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공정하면서도 리더십이 강해 영화제를 수습하고 이끌어나가는 데 적격인 사람이었죠."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경주와 부산 등 일부지역이 고강도 지진을 겪던 당시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섬세한 지시는 한 번 더 빛을 발했다. 혹시 올지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을 가정해 관객들의 안전을 고려, 최대한 구체적인 대피 매뉴얼을 제작했다.

"영화제 직전 높은 강도의 지진이 있었잖아요. 사소한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지시로 영화제 직전 각 극장에 지진 관련 대피 매뉴얼을 만들어 내걸었어요. 사실 영화제 기간 중 그렇게 큰 지진이 나는 상황을 가정해봐도 대처가 쉽지 않거든요. 각 상영 극장마다 매뉴얼도, 내진 설계 여부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각 극장들에 지진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 대피 방법 등을 알아보고 매뉴얼화했죠. 정말 꼼꼼하지 않으면 자칫 챙기지 못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지난 2년 간 우여곡절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지만,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를 기점으로 내년엔 보다 안정된 행사를 꾸릴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는 "올해 개폐막식 선언, 축사를 없애는 등 영화제의 핵심에 집중하려 했는데 이에 대한 평이 좋았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본질에 충실한 영화제로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보다 많은 감독, 배우들이 참석할 수 있게 설득 과정도 이어지겠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나 이번 영화제를 다시 맡게 된 마음이 비슷합니다. 오히려 이번엔 더 절박한 심정이었죠. 꼭 살려야 한다는,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과거 어떤 영화제 때보다 중압감이 심했어요. 체중이 4kg 빠질 정도였죠."

(2편에서 계속)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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