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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소비자 등장에 '컨셔스 패션' 뜬다


국내외 패션업계 윤리소비 제품 '봇물'…매출 한계 지적도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옷을 살 때 '멋'뿐 아니라 환경과 윤리까지 고려하는 패션피플들이 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의식있는 소비자를 겨냥해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을 잇따라 출시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윤리소비는 일부 소비층에 제한된 트렌드라는 지적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컨셔스 패션의 대표주자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특히 파타고니아가 2011년 전개한 '돈트 바이 디스 재킷(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은 '옷을 최대한 적게 사고, 이미 구입한 옷은 오래 입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더 많은 소비를 종용하는 전세계 패션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타고니아의 이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나 급증했다. 의식 있는 패피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올 초 선보인 '리사이클 배기스 쇼츠' 컬렉션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번 제품은 100% 재활용 나일론 원단을 활용해 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버진 나일론'의 사용을 줄였다. 또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했을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18%, 물 사용량 52%를 감축했다. 다른 패션기업이 친환경 소재를 강조하면서도 생산과정에서의 환경보호 노력을 밝히지 않는 점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 H&M 역시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유행주기가 짧아지면서 버려지는 옷도 늘어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자성에서다. 이에 H&M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7년째 선보이고 있으며, 2015년부턴 헌 옷을 가져오면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 2020년까지 모든 면 제품에 유기농·재활용 면을 사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윤리소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전국 19~59세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착한소비에 대한 설문조사(중복응답 가능)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의 응답자(52.9%)들이 착한 소비의 개념으로 '친환경적인 소비'를 꼽았다. 또 68.9%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국내 패션기업들도 '컨셔스 패션'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블랙야크 '나우'가 올 여름 선보인 '오가닉 코튼 셔츠'가 대표적이다. 이번 제품은 친환경 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온'의 인증을 받은 오가닉 코튼을 사용했다. 목화 재배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최소화해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실제 세계자연기금(WWF)은 목화밭을 환경오염의 근원지로 지목한 바 있다. 전세계 농약과 살충제의 35%가 목화밭에 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우는 물 사용량을 줄인 '셀비자 팬츠'도 선보였다. 사실 청바지는 물발자국(제품의 생산·사용·폐기 전과정에서 물을 얼마나 쓰는지 나타내는 지표)이 큰 제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하는 데 4인 가족의 6일치 생활용수가 소요된다. 이에 나우는 원단을 염색한 뒤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옷을 염색하는 가먼트 다잉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정수 처리과정에서의 오염도 줄였다.

블랙야크의 또 다른 브랜드 '마모트'는 아이티나 온두라스 지역에 버려진 페트병과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한 '스레드' 원단으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아예 재활용 브랜드를 론칭한 곳도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소각제품에 대한 고민 끝에 지난 2012년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했다. 래코드는 소각 예정인 재고 3년차 옷들을 전혀 다른 콘셉트 제품으로 제작한 리디자인(redesign) 브랜드다. 래코드는 최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진행된 '제3회 안티패션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업사이클링을 알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컨셔스 패션이 실제 매출 증대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에 의미를 더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건 맞지만 여전히 극소수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셔스 패션은 일반 의류 대비 제작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데, 소비자들은 '쓰레기로 만든 제품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평가절하할 때가 많다"며 "뜻은 좋지만 매출도 부진하고 소비자 반응도 예상만큼 좋지 않다보니 사회공헌 차원에서 일부 라인에 한정해서만 컨셔스 패션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내 윤리소비가 자리잡으려면 좀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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