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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출범 10년 앞둔 서울시향, 사업 제동 걸리나


박현정 대표 막말 파문부터 정명훈 예술감독 비리 의혹까지

[류세나기자] 국내 음악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내년 재단법인 출범 10주년을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

박현정 대표의 막말 파문으로 촉발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사태가 박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불화설에 이어 정 감독 비리 의혹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달 말 임기만료를 앞둔 정 감독이 서울시 측에 재계약 조건으로 박 대표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순회공연 등 2015년 서울시향 10주년 기념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박현정 대표 "서울시향, 정명훈 사조직처럼 움직여"

막말·성희롱 파문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5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효율적인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과정에서 직원 및 정명훈 감독과 갈등이 있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2월 서울시향 대표로 취임한 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운영과 공사 구분없는 동호회 같은 문화에 깜짝 놀랐다"며 "이런 조직 문화를 추스르고 체계화, 시스템화 시키려다보니 의도치 않은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은 정명훈 감독의 지시라면 규정은 물론 예산전용도 예사로 생각해왔다"며 "아무리 절망스럽고 화가 나더라도 조금 더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향이 정명훈 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 이를 목도하고 풀어나가면서 일부 과격한 언어를 사용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서울시향은 정 감독의 친인척이자 막내 아들 피아노 선생이었던 A씨를 고용해 5천700여만 원 상당의 연봉을 줬다. 채용당시 이미 59세로 정년 규정에 위반돼 당시 서울시향 대표가 고용을 거부하자 서울시장을 찾아가 면담한 뒤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지난해 연말 박 대표가 손질한 정년 규정을 통해 6개월치 월급을 위로금 명목으로 받은 뒤 퇴직한 상태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의 비서가 찾아와 정 감독이 집을 수리하니 부인이 머무를 호텔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어떻게 개인 숙박비를 지원할 수 있느냐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폭언, 성희롱 등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부분만을 볼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이 벌어지게 된 전반적인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감사원 조사는 물론 필요할 경우 경찰, 검찰의 조사까지 성실히 받겠다. 삼자대면도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정명훈 감독, 비리 의혹 점화…내년 공연 차질 빚나

확인된 바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말 정명훈 감독에게서 박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울시향 직원 17명의 탄원서를 접수받았다. 직원들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정명훈 감독은 이 자리에서 이달로 만료되는 자신의 예술감독직 재계약 조건으로 박현정 대표의 퇴진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 시장도 직원들의 원성과 불만을 근거로 지난 1일 박 대표와 대면한 자리에서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는 박 대표의 대표직 유지에 대한 자질문제도 있지만, 내년 서울시향 재단법인 출범 10주년을 맞아 기획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시향은 지난 8월 12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 받아 공연을 치렀다. 2001년 NHK 심포니 이후 아시아 오케스트라로서가 BBC에 초청받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세계적 지휘자로 평가받는 정명훈 감독이 있으며, 내년에도 서울시향은 정 감독을 필두로 한 미국 순회연주 등 굵직한 사업이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정명훈 감독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인 것.

그러나 이날 박현정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정명훈 감독에 대한 비위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절대 권력자인 정 감독의 재계약 성사 여부마저 담보 받을 수 없게 됐다. 현재 유럽출장 중인 정명훈 감독은 오는 10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누가 됐던 간에) 떠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맞추고, 참아가면서 일할 생각"이라며 "둘의 향후 거취는 이사회 및 서울시장이 최종결정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홍보마케팅팀 한 관계자는 "정명훈 감독의 재계약은 서울시 소관으로 아직까지 재계약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내년 예정돼 있는 공연은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이 귀국하는 10일 이후 정 감독과 박 대표를 함께 불러 대질심문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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